사는 게 힘겹기만 합니다.

하루하루 겨우 버티는 삶인데도 쉽지가 않습니다.

 

포기하는 게 참 어렵습니다.

포기가 되지 않아 괴롭습니다.

이제는 놓아줘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재능이 없고, 이미 늦었으며, 당장 모든 걸 내려놓고 도전할 자신도 없는 인간이라는 걸 

인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불행합니다.

 

사는 데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믿으며 버텼으나,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어 힘겨운 요즘입니다.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만 같고

그래서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시간이 흘러, 

이 글을 보고 그땐 그랬지 하고 웃어 넘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끔찍하게 괴로워

오랜만에 이곳을 찾습니다. 

 

나를 사랑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Posted by 와이닝 :

아빠의 다정은 나를 불편하게 한다.

 

그의 다정을 내내 외면하다가 겨우 마주한 순간 오는 첫 감정은

미안함이다. 

 

그는 늘 그의 방식으로 다정하게 구는데, 뒤늦게 그의 다정을 확인하면 항상 눈물이 난다. 

 

됐다고 됐다고, 싫다고 싫다고 거절을 해도 결국엔 손에 작은 유에스비 하나를 쥐어준다.

집을 떠나고도 한참 후에야 유에스비를 확인하면 그동안 함께 찍은 사진들이 아빠만의 규칙대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너무 미안해서 그래서 늘 죄책감이 생긴다. 

 

내가 삐지면 한라봉 속껍질을 일일이 까 촉촉한 속만 건네던 사람.

외면하고 외면해도 또 한 번을 권하던 사람. 

나는 끝까지 거절했던 딸이라 문득 떠오르는 기억에 불편하기만 하다.

 

 

 

나는 아빠를 몇 번이나 울렸을까. 

 

 

 

Posted by 와이닝 :

좁은 목구멍을 늘이며 넘기는 알약들

 

목구멍을 늘이는 일이 버겁다.

언제고

커다란 타원형의 알약이

아직 다 열리지 않은 목구멍 사이에 끼어

평생을

나오지 못하는 순간이 닥칠 것만 같다.

 

약봉지를 뜯는 일

물을 가득 머금고

천장을 보며

목구멍을 최대한 넓게 늘인다

한 알도 남기지 않게 봉지를 툴툴 털어

삼킨다

 

비닐을 버리는 

 

게으른 나의 싱크대에는

제멋대로 뜯어진 약봉지가 가득하다

 

 

 

2019-12-26 12:02

 

 

Posted by 와이닝 :

 

분출하지 못한 분노와 이유 없이 쌓이고 또 쌓인 스트레스가

나의 온도를 높인다

 

나는 본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면

화와 짜증이 

차마 내뱉지 못한 감정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뜬 순간부터 답답한 날이 가득하다

기분이 좋은 날은 낯설어 어찌할 바를 모른다

 

몸을 일으켜 앉으면 가슴이 뜨거운 게 느껴진다

마음은 답답하고 그로 인해 가슴은 뜨겁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어도 똑같이 숨이 막힐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럴 때면 이제는 차가운 손으로 가슴 부근에 손을 댄다

높은 온도로 차가운 손은 금세 뜨거워지지만

차가운 기운이 언제나 조금은 도움이 된다

 

겨울은 쓸쓸하고 우울하고 꾸물거리지

해를 사랑한 적은 없었는데

오늘의 나는 해를 필요로 한다 

 

나는 유독 겨울에 힘들고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는 나를 홀로 감당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출을 하면,

창문을 열어 창 밖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면

언제나

그 언제나 도움이 된다

 

눈을 떠 처음 느끼는 감정이 이유 모를 답답함이어도

씩씩하게 나가 그날 그날 하고 싶었던 소소한 것들을 하기도 한다

만족스러운 오후를 보낸 후 

집에 돌아와 답이 없는 감정에 다시 빠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한 채 

 

 

 

 

Posted by 와이닝 :

당신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은

당신과 쌓은 시간들 속에서

그리운 것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마주보고 누워 속삭이던 시간들 

늘 바닥을 선택하던 우리 둘

 

둘만으로도 온전히 재밌고 행복했던 어린 날에

떨어진 동전을 보며 배를 잡고 깔깔대던 순간들

 

좋았던 순간은 빠르게 사라지고

눈 앞의 당신은 나를 판단하기 바쁘다

 

나는 나쁘고

당신은 늘 옳다

 

당신은 정의롭고

나는 또 나쁘다

 

옳고 정의로운 당신 앞에서 

나는 늘 나쁘다

나쁘고

부족하고

초라하고

그러니까 또

나쁘고

 

그리운 것들도 그리워하지 않으려 한다

사실

하나도 그립지 않다

 

나는 당신과 함께하며

싫어하는 연어를 먹었고

고깃집에선 늘 싫어하는 사이다만 마셨다

 

당신은 내가 연어를 

사이다를

싫어했던 걸 모를 테지

 

당신이 사랑했던 연어를

이제는 사랑하게 됐지만

여전히 사이다는 마시지 않는다

 

제목을 따로 적어넣을 성의를 보이고 싶지 않다

이 글은 그냥 제목을 입력하세요

 

당신도 어서 내게 딱 그정도인 사람이 되기를

 

 

 

내가, 내가 아닌

당신이 원하는 내가 되기를 바랐던 당신에게

 

Posted by 와이닝 :

 

마음이 닳고 닳아 결국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우울은 마치 숨을 참는 느낌이다. 숨을 참고있는 순간과 비슷하다. 

우울은 나를 숨 못 쉬게 하다가, 이내 깊은 바다 속으로 빠트린다.

빠져나올 방법은 없다. 

다만, 익숙해지는 법을 배워야한다.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결국은 내가 해야하는 일.

마음이 닳고 닳아 내가 사라질 것만 같다. 

나를 잃는 시간.

평범했다면 조금 나았을까. 

 

2019.12.21 7:22am 

Posted by 와이닝 :

울고 싶은데, 울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내내 삼키던 시절이 있었다. 

기숙사 방 안에는 룸메이트가 있었고, 없더라도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어 마음 편하게 눈물을 흘릴 수도 없었다. 

캠퍼스에는 늘 사람이 많았다. 언제 마주칠지 모르는 사람들 눈치를 보며 또 눈물을 삼킨다. 

화장실은 어떨까, 공중화장실에 들어갈 생각도 해봤다. 나는 정말, 너무 울고 싶었다.

 

매일 울며 살았다. 하지만 눈물은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나는 눈물 없이 매순간을 울었다.

 

겨우 울 수 있는 순간은 샤워실에서였다. 물을 가득 틀어놓고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슬픔을 쏟아냈다.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작년부터. 

내 공간이 생기자 나는 마음 편히 울 수 있었다. 

 

오늘도 나는 이 곳에서 홀로 나의 슬픔을 맞는다.

Posted by 와이닝 :

 

함께 있는 내내 혼자만 외딴섬에 있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흔들어도 섞이지 못할 기름 같았던 아니다. 종종 즐거웠다. 대화에 아예 끼지 못했던 것도 아니다. 다만, 나를 제외한 명이 이미 일상을 공유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대화의 흐름은 당연하게도 그들의 일상이 되었다. 나에게 일상이 없는 문제라면 문제였겠지. 나는 오래 일상이 없는 삶을 살고 있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도 전해줄 이야기가 없으니...

 

요즘 뭐해? 나는 질문이 이렇게 부끄럽고 싫은지 모르겠다. 피할 있으면 피하고 싶다. 되도록 내게 근황을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일부러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꺼낸 것도 아니고, 내가 소외감을 느끼게 하려고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런 영악한 사람들도 아니고... 그냥, 모든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일상 얘기를 거다. 거의 해를 함께 일을 해온 사람들이라 얘기도 많았던 거고. 내가 이해를 하는 상황엔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그들의 일상에 일원이 아니기 때문에 공감을 하지 못했던 것뿐이다. 오랜만에 만나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

 

예전엔 그런 상황에서 억지로 고개라도 끄덕였을 것이다. 상대에게 내가 듣고 있음을 어필하기 위해 고개를 너무 많이 끄덕이느라 어지러웠던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이젠 그조차도 피로해졌다. 아니 피로해진 건지, 이젠 정도 거짓 리액션은 있을 정도로 건강해진 건지, 그것도 아니면 그래도 친구들이 편해서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 건지.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친구들이 방금 벗어난 회사 얘기를 나는 알아서 밥을 먹었다.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때까지는 점이 불편하지도 않았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 또한 없었다.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겠는가. 그런데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시러 갔을 뻘쭘했다. 내가 대화에 끼지 못하는 순간이 길어지자  시간까지 여기 앉아있나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술집에서는 프로젝터로 애니메이션 영상을 틀어줬다. 그게 아니었다면 나는 시간을 견디기 아주 힘들었을 것이다. 내내 영상을 봤다. 정말 내내. 옆에 앉은 친구도 영상을 봤다. 그렇지만 분명 나와는 다른 마음으로 봤을 것이다. 좋아했다. 재밌다고 말했다. 회사 사람 욕을 하다가 영상에 집중하고, 내가 모르는 사람 얘기를 너무 오래 하게 되면 나에게 사람에 대해 설명을 해주다가 다시 영상을 보고. 나는 아직도 내가 모임에 나갔는지 모르겠다.

 

원랜 명이었다. 나를 포함해 세명이 만나는 순간이었다. 대학 친구들이고 나는 셋이서 만나는 편하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새로운 지인이 생겼다. 그들의 친구를 소개받았다. 좋은 친구지만 아직 친하진 않다. 그렇게 넷이 만나게 됐다. 공통분모가 없는 새로운 친구와 나는 과정 없이 친해져야만 하는 같다. 나는 그게 이해가 된다. 친하지 않은데, 과정이 없었는데, 만나야 하는 걸까. 분명 그도 좋은 사람이지만, 나는 오랜 시간 일상이 없던 사람으로서 마음을 여는 , 이런 나를 보여주는 쉽지 않다.

 

모임의 인원에 세명에서 명이 됐다. 자연스럽게 이젠 그게 당연한 됐다. 자연스러운 변화 속에서 불편한 나뿐이다. 나는, 외롭다.

Posted by 와이닝 :